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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로 세상읽기] 초고령화 시대의 ‘은빛 청년들’

예상보다 빠른 속도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속도를 이름이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7% 이상 고령화 사회, 14% 이상 고령 사회, 20% 이상 초고령 사회로 구분한다.     한국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인구(5122만1286명)의 20%를 넘은 것으로 집계되어(2024년 12월 23일 기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46년부터 일본을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며, 2062년에는 홍콩을 제치고 전세계에서 가장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가 될 것이다.     이런 초고령화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은 일본 10년, 독일 36년, 프랑스 39년이 각각 걸린 반면에 한국은 7년 만에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미주 한인사회의 역사는 한민족이 걸어온 근현대사의 축소판이자 미러 이미지(mirror image)다. 미주 한인사회와 한국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란 뜻이다. 한국의 국내 현실이 큰 여과 없이 그대로 미주 한인사회에 투영되어 왔음을 안다면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국가가 된 한국 사회의 변화는 미주 한인 교계와 사회의 미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미국은 2015년 15%를 넘어 고령 사회로 진입했으며, 2030년엔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미국의 100세 이상 인구는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향후 30년 동안 4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업 인사이더 인텔리전스(Insider Intelligence) 또한 2030년까지 모든 베이비붐 세대가 만 65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저출산, 초고령 사회는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의 판도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고령화 문제가 벽돌 더미처럼 미국을 강타할 것”이라고 했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저출산에 따른 세계 인구 붕괴는 인류 문명에 지구 온난화보다 훨씬 큰 위험 요소”라고 주장했다.     초고령 사회로 전 세계가 재편되면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분야는 경제다. 고령화에 휘감긴 지구촌의 어둔 풍경을 세계 경제에 덮치는 ‘은빛 쓰나미’라 표현할 정도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소비가 위축돼 국가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우려가 심각하다.     가족구조 변화와 은퇴 후 사회적 역할 축소 및 상실, 배우자 사망, 죽음에 대한 두려움, 신체기능 저하, 경제력 감소 등 노년기에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삶의 변화와 문제들이 우울, 외로움, 고립감, 자괴감 등을 유발한다. 급기야 스스로 사회적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여겨 극단적 선택으로 치닫기도 한다.   “노인들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고 세상에 묻지 말고, 노인들이 세상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를 물어야 할 때이다.” 스탠퍼드 장수연구센터(Stanford Center on Longevity)의 설립자이자 심리학자인 로라 L. 카스텐슨 교수의 말이다.     시편 기자는 자신의 노년을 위한 기도를 다음과 같이 올린다. “내가 이제 늙어서, 머리카락에 희끗희끗 인생의 서리가 내렸어도 하나님, 나를 버리지 마십시오. 주님께서 팔을 펴서 나타내 보이신 그 능력을 오는 세대에 전하렵니다”(시 71:18 새번역).     하나님과 그 은혜 안에서 꿈꾸며 계속 성장하는 시니어는 나이는 들겠지만 늙지 않는다. ‘은빛 청년들(silver youth)’이다. 이들에게 있어 시간이라는 것은 어쩌면 일직선상으로 흐르는 크로노스의 물리적 시간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생애 동안 ‘의미있고 가치있는 삶’을 추구하고 싶은 질적이고 주관적이고 위로부터 임하는 카이로스의 시간 개념에 가깝다.   나이 듦은 하나님의 부름으로부터의 멀어짐이나 떠남이 아닌 그 안에서의 지속적 ‘머묾’과 ‘자람’이다. 시니어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사역이 활성화되면 교회 안팎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이런 새로운 변화에는 우리 한인 사회와 교계의 지원과 연대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시니어 사역의 지속성과 함께 전문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소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니어의 영적, 정신적 성장을 도와 문화적 성숙과 영적 지혜로 교회와 세상을 섬길 ‘은빛 청년’ 시니어들을 양육할 수 있는 공동체가 곳곳에 세워져야만 할 때다. 이상명 / 캘리포니아 프레스티지 대학교 총장성서로 세상읽기 초고령화 은빛 초고령화 사회 초고령화 속도 초고령 사회

2025-05-05

[열린광장]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란 제목의 소설이 일본에서 발표된 것은 2018년이었다. 누구나 70세가 되면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소설 속 이 나라는 지난 10년간 고령화, 저출산 현상이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서, 연금제도가 붕괴하고 의료보험의 유지가 어렵게 되었다. 정부는 사회가 파탄 나기 전에 어떤 조처를 해야 되는데, 이 법안이 시행되면 고령화로 인한 국가 재정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이 소설이 고령화 문제에 대한 담론을 처음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일본은 2005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저출산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자 미래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2004년에는 국가 주도로 노인들을 안락사시키는 음모를 다룬 소설이 발표되고 2015년에는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   영화 ‘플랜 75’는 75세가 되면 정부에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본에서, 75세가 되면 나라를 위해 스스로 명예롭게 사라져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올해 일본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노인 정신 상담을 하던 의사가 쓴 ‘80세의 벽’이다.  80세가 되면 병원 다니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몸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건강법이라는 조언이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인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75세 이후를 굳이 ‘후기 고령자’라고 부르는 일본, 마음이 약한 사람은 무언가 자꾸 벼랑 끝으로 몰리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한국도 이런 현상을 강 건너 불 보듯 보고 있을 형편은 아닌 것 같다. 일본이 먼저 경험하면 한국도 몇 년 뒤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졸혼, 노후난민, 하류 노인,고독사 등이 그랬다. 최근 보도된 ‘준비 안 된 노인 공화국’ 이란 스페셜 리포트에 의하면 한국의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나 출산율 저하 속도가 일본이나 다른 OECD 국가들보다 훨씬 빠르다고 한다. 2049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40%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생활고나 외로움에 내몰린 노인들의 자살률이 일본이나 OECD 국가들보다 3배가 높은데, 그때가 되면 이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다. 한국에서 노인 부양은 가족보다 국가나 사회가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 정책상의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은 없는 것 같다. 서로 자기주장만 할 뿐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육체가 쇠약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정신은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예전에 가졌던 용기와 신념,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더 보고, 더 듣고, 더 읽어야 한다. 오래 살면서 경험한 것들도 자산이 될 수 있다. 남이 내린 결론은 참고만 하고 삶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시인 천상병이 시 ‘귀천’에서 말한 것처럼 삶을 스스로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의미 있는 삶이 될 것 같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정신 초고령화 사회 노인 정신 고령화 저출산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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